칼럼니스트 이헌숙
올해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어느 나라는 50도를 넘겼고, 어느 도시는 홍수에 잠겼다. 며칠 뒤에는 반대편에서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다. 땅은 흔들리고, 산은 불탔으며, 바다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스를 켤 때마다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구가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지구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존재다. 약 46억 년 동안 지구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대륙은 갈라졌고, 거대한 화산이 수만 년 동안 분화했으며, 운석 충돌로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진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구는 끝나지 않았다.
끝나기도 했고,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지진과 산불은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진 현상이다. 지진은 지각판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고, 태풍과 폭우는 대기와 해양의 에너지 변화와 관련이 있다. 폭염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혹한 역시 대기 순환의 변화와 연결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재난이 아니라 재난이 동시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구가 화가 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가 난 것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는 감정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무분별한 개발, 숲의 감소와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오랫동안 균형을 흔들어 놓았고, 우리는 그 결과를 체감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취약함이다.
전기가 멈추면 도시가 멈춘다. 통신이 끊기면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면 시장은 즉시 불안해진다. 지금의 문명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복잡하고 연약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대한 문명은 대부분 자연재해 하나로 무너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 전쟁, 경제 붕괴, 식량 부족, 사회적 갈등이 겹치면서 서서히 힘을 잃었다. 재난은 마지막 방아쇠였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많은 기술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은 질병을 예측하고, 위성을 통해 태풍을 추적하며, 지진 조기경보는 몇 초라도 생명을 구한다. 기술은 인간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절제와 협력이다.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과 협상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뀌면 결과도 바뀌고, 바뀌지 않으면 결과 역시 그대로 돌아온다.
지구는 내일도 태양 주위를 돌 것이다.
문제는 그 지구 위에서 인간이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이다.
지구의 마지막을 걱정하기 전에, 인간 문명의 다음 장을 준비해야 한다. 재난을 막을 수는 없어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기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어도 우리의 선택은 바꿀 수 있다.
세상의 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폭발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의 무관심이 조금씩 쌓여 미래를 지우는 과정일 수도 있다.




